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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5-03 14:26
"정규직, 정규직이 될 수만 있다면…"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906  
<청소용역노동자 김 씨> 일은 고되고, 대우는 서럽고…정말 벗어나고파

노동과세계  제287호 
김영재 

 287-4-2.jpg(74 KB) 

 

<특집> 일어서는 비정규직

종착역에 닿은 전동차 선반 위에는 신문지가 수북히 쌓여 있다. 출근길에 받아든 서너 가지 무료일간지를 대충 훑어본 뒤 무심코 올려놓은 것들이다. 전동차가 차량기지로 들어오면 발돋움 해가며 신문지를 내려 한쪽 팔에 끼우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객차 바닥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는 차장 유리를 닦는다. 또 다른 사람은 약품을 뿌리고, 바닥과 벽을 닦는다.
출가한 두 딸과 직장에 다니는 아들 둘을 둔 도시철도 방화차량기지 청소용역노동자 김정자 씨(가명, 여·54)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김 씨는 오늘도 두 아들에게 아침밥도 먹이지 못하고 출근시켰다는 자책감으로 마음이 무겁다. 어제 아침 9시에 출근해 새벽 1시30분까지 이어진 전동차 청소로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격일 16시간 중노동에 월급 79만원
격일로 하루 16시간 넘게 일하는 김 씨의 월급은 본봉, 야근·특근수당, 월 단위로 지급되는 퇴직금을 합쳐 79만원이다. 그나마 2년전 청소용역노조(여성연맹)가 설립된 뒤 인상된 것이고, 그 전에는 50만원 안팎에 월 이틀의 주휴일도 없었다.
방화역사와 차량기지에서 일하는 청소용역노동자는 모두 41명. 이 가운데 13명이 역사에서 청소를 하고 나머지 28명은 차량기지에서 격일로 일한다. 주휴일로 쉬는 사람을 뺀 12명이 차량기지로 들어온 전동차 38대의 바닥(소청), 창문(중청), 차량전체(대청)를 닦는 청소를 한다. 저녁 6시까지는 쉴 틈도 없다. 저녁밥을 먹고 30분 정도 쉴 수 있는데 서로에게 말을 건넬 기력도 없어 휴게실에서 축 늘어져 있다. 저녁 7시30분부터 새벽1시30분까지 다시 청소가 시작된다. 막차에서는 군데군데 널린 토사물을 치워야 하고, 공익근무요원에 연락해 만취한 승객을 끌어내야 한다.
김 씨는 "주휴로 빠지고 급한 일로 빠지는 사람이 있으면 혼자서 전동차를 청소할 때도 있다"면서 "혼자 일하다 과로로 갑자기 쓰러지거나 안전사고가 나면 응급처치도 못하고 오랫동안 방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용역노동자들은 대부분 55세∼60세 여성이다. 회사는 돈이 없다는 핑계로 작업화도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바닥 청소용 약품도 부족한 가운데 일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김 씨는 "우리가 인력충원이나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용역회사는 '도시철도공사가 입찰과정에서 낙찰가격을 낮게 책정해 돈이 없다'는 핑계만 댄다"면서 "공사가 낙찰가격 하한선을 정해서 용역회사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고된 작업만이 아니다. 회사가 자신들을 소모품으로 여길 때마다 비애를 느껴야 한다.

"설날 고기 한근값도 없다는 게…"
"직원들 애경사가 있을 땐 회사가 작은 성의라도 보여야 되는 것 아닌가요? 좋은 선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단 돈 몇 만원이라도 회사나 사장 이름으로 성의를 표시하면 오죽 좋겠어요? 사람이 기분에 죽고 사는데…. 저번 추석 땐 떡값 3만원 받았는데 요번 설엔 그것도 없었어요. 고기 한 근 값이라도 줘야하는 것 아녜요? 우린 상여금도 없는데…."
일이 힘들고 회사가 무시할 때는 서럽기도 하지만 도시철도 노동자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 김 씨는 "기관사들이 '수고 많으시다'고 말을 건네며 신문뭉치를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게 참 고맙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원내진출도 김 씨에게 기쁜 일 중의 하나다.
"우리가 정치를 뭘 압니까? 우리를 대변해 줄 사람이 생겨서 좋은 거지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알지만 정규직으로 가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고 상여금도, 복지혜택도 없는 저임금 용역노동자의 삶에서 벗어나는 일이 정말 쉽지 않게 느껴지는 것일까. 김씨는 "정규직만 되면…언제나 될지…"를 거푸 되뇌며 말끝을 흐렸다.
김영재 momo1917 @ nodong.org
<사진>"노조가 생기고 관리자들이 함부로 못해요." 방화역을 청소하는 도시철도 청소용역 5호선 노조 조합원은 일이 힘든 건 예나지금이나 같지만 노조가 있어 든든하단다.
이정원 leephoto @ nod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