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9-02 10:09
글쓴이 :
서울서부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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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TX승무원 서울역 고공시위
최원형 기자
» 오미선 철도노조 케이티엑스(KTX) 승무지부장(오른쪽 두번째) 등 해고 승무원과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31일 오후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역 안 조명철탑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직접고용’ 요구 파업 915일째 비정규직 투쟁 상징 됐지만
철도공사 교섭안은 점점 후퇴 “국민 시선마저 떠나 아쉽다”
“점심 올려보냅니다~.”
비빔밥과 도시락을 담은 소담스런 바구니가 30m 위로 끌어올려졌다. 그러나 오미선 철도노조 케이티엑스(KTX) 승무지부장은 비빔밥을 절반 가까이 남겼다. ‘화장실 문제’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서다. 언제쯤 내려갈 것 같냐는 물음에, 그는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내려가죠”라며 씁쓸히 웃었다.
31일 낮, ‘철도공사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서울역 뒷편 조명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케이티엑스 승무지부와 새마을호 승무원들을 만났다. 조명철탑 꼭대기에는 장희천 새마을호 승무원 대표 등 남자 2명이, 그보다 10m 아래 쪽엔 오 지부장 등 여자 3명이 농성 중이다. 3~4평 넓이의 철판 바닥이 유일한 안전판이다. 맞은 편으로 보이는 서울역 플랫폼에 열차들이 들고 날 때마다 철탑 전체가 흔들린다. 조심스럽게 내려다보니 지상의 사람들은 손가락만하다.
“솔직히 무서워요. 이런 고공농성이 비정상적이고 과격한 방법이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봐주지 않잖아요.”
오 지부장의 말이다. 고속철도 승무원으로 취직했다가 철도공사 자회사인 한국철도유통으로부터 정리해고돼, “철도공사가 승무원을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지 벌써 915일째. 그동안 ‘케이티엑스 승무원’은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별 해법 없이 투쟁은 3년을 넘겼고 380명이던 참여자들은 이제 35명만 남았다. ‘직접 고용’을 놓고 노사의 입장은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노조가 “철도공사의 역무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회사쪽 안을 받아들여 잠정 합의안까지 맺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와 이철 전임 사장의 사직 등에 휩쓸려 합의안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강경호 사장이 부임한 뒤엔 회사가 최근 교섭에서 “제3의 자회사인 코레일투어서비스의 ‘카페열차’에 판매사원직을 알선하겠다”는 제안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합의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조건이다. 오 지부장은 “‘직접 고용’에 무게를 두고 역무계약직 제안도 수용했지만, 교섭할 때마다 제안 수준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교섭, 대화, 집회 등 정상적 방법을 총동원해도 문제를 풀 수 없어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오 지부장은 “대통령도 항상 ‘법’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힘들게 법정에서 직접 고용 판결을 받아낸 노동자들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법의 보호 대상에도 들지 못하는 비정규직들이 많다”며 “보이지 않는다고 잊어버려선 안 되며,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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