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3-07 12:20
|
경총, '비정규법 피하는 방법(?)' 매뉴얼 배포 파문
|
|
|
글쓴이 :
서부지부
 조회 : 1,275
|
노동계 "비정규 확산법이자, 차별법임이 드러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비정규법의 시행을 앞두고 법률적 허점을 이용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 배포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한겨레>에 의하면 경총은 75쪽 분량의 ‘비정규직 법률 및 인력관리 체크포인트’라는 매뉴얼을 통해 기간제 노동자를 법정 사용기간인 2년 이내까지 일하게 한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동일 노동자와 다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경총은 또한 파견 노동자를 2년 동안 일하게 한 뒤 기간제 근로자로 전환해 최장 4년까지 비정규직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상세하게 설명했으며 고령자 취업을 위해 만들어진 '55세 이상 노동자의 경우 2년 뒤 정규직화 면제'라는 법조항을 이용, 53살 노동자를 2년 계약직으로 고용하면 55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경총은 매뉴얼에서 법에 비정규직 근로조건에 대한 보호 규정이 없음을 지적하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가능함을 시사했고,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 고용의무 규정을 적용해도 규정만으로는 이행 강제를 요구하는 소송 제기 등이 곤란하다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곁들였다.
노동운동진영이 마지막 순간까지 '비정규직 확산법'이라면서 반대했음에도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강행처리 된 비정규법이 결국 비정규직 보호가 아닌 비정규직 양산에 불을 댕기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정부가 보호 법안이라고 만들었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정규직 확산법이고 고착화법이자, 차별법이라는 것을 실증하는 것이며 이미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행령도 나오기 전에 피해갈 수 있는 편법을 알려주는 행위는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살생부를 작성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비정규법을 재개정해야 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입장”이라며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 등을 원칙으로 집단 소송과 단협체결 등 다각적 방법을 통해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즉각 입장을 밝혀 “비정규법이 비정규 노동자의 권익을 심각히 침해하는 법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경총이 비정규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또한 “정부와 노동부는 반노동정부, 비정규확산부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비정규법의 문제점을 심각히 인식하고 비정규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본연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비정규법의 폐지, 전면 재개정을 위한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도 성명을 발표, “경총의 매뉴얼은 비정규법의 입법 취지를 왜곡, 오히려 법규정을 회피해 취약노동자의 열악한 고용조건을 유지, 존속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지침”이라며 “비정규법이 재계의 집요한 방해와 반대로 제한된 내용으로 축소된 채 제정됐음에도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법의 허점을 악용해 정규직화의 법적 의무를 모면하려는 것은 기업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조차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경총 스스로 진정 국가경제의 경쟁력 향상을 원한다면 회원사들에게 비정규직의 탈법, 편법적 악용을 부추기는 지침서를 발간해 노사갈등과 노노분열을 조장하기보다 무분별하게 남용되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권장해 산업현장의 노사화합과 건전한 노동시장질서의 구축을 위해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