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4-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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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서울서부지회
 조회 : 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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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여, 동지라 불리는 걸 가장 좋아했던 허세욱 동지여"
[현장] 한미FTA 중단 촉구 고 허세욱 열사 노제
박순원 김영리 기자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범국민추모식.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5신: 오후 2시 30분>
시청앞 추모제, "살아있다는 게 부끄럽다. 그러나 울고만 있지는 않겠다"
허세욱 열사를 떠나보내는 범국민추모식이 열리는 서울시청앞에는 오랜만에 찾아온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었지만 열사를 떠나보내는 민중들의 마음까지 밝고 따스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까지 "한미FTA를 폐기하라"고 외치던 허세욱 열사의 모습이 생생한 듯 추모객들은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홈쳤다. 민중들의 'FTA반대'를 외치는 소리가 언제 한 번 마음을 다하지 않은 적이 있었겠느냐마는 오늘만은 그 외침이 더욱 절실했고, 더욱 슬프게 들렸다.
△"어떻게 정치를 하길래 이렇게 죽이기만 해"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허세욱 열사를 떠나보내는 범국민추모식은 오후 1시 민중들의 슬픔 속에서 시작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민중들과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의원들, 백기완 선생, 오종렬 범국본 공동대표, 한상렬 목사, 임종인 의원 등 1,500여명이 참가해 열사를 기렸다.
무대 앞에는 열사를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차려졌다.
추모식 참가자들은 하나 둘 분향소로 와 열사를 생각하며 향을 피우고, 묵념을 했다. 검은 한복을 차려입고 대성통곡하며 "어떻게 정치를 하길래 이렇게 죽이기만 해"라는 한 어머니의 절규는 참가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적셔왔다.
△열사의 몸을 휘감았던 불꽃은 다시 꽃상여를 훨훨 태워 재로 날렸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범국민 추모식은 열사가 외쳤던 "한미FTA를 폐기하라"는 구호와 민중의례로 시작했다. 그리고 허세욱 열사의 약력 및 경과를 보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추모식장 주변은 '노무현 정권 퇴진'과 '한미FTA 무효' 등이 쓰여진 수많은 만장과 대형 영정사진이 둘러싸고 있었다.
추모식에는 오종렬 대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등의 조사가 이어졌다.
문성현 대표는 "6만 1천9백 47번(허세욱 씨의 당원번호), 이 번호는 허 동지 빼고는 누구도 채울 수 없는 역사의 번호가 되었다"며 눈물을 흘렸고, "우리는 영원히 열사를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석행 위원장도 "노동자 민중을 고통받게 하는 한미FTA, 허세욱의 이름으로 전 민중의 이름으로 무효화시키겠다고 굳게 마음을 다졌습니다"라고 외쳤다. 이 위원장은 또 "당신의 49제가 있는 6월을 한미정상회담이라는 굴욕으로 더럽히지 않고, 수십만의 동지가 일어서 항쟁으로 당신에게 꽃길을 만들어 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눈물로 이어진 추모식은 이봉화 민주노동당 관악지역위원회 위원장의 추도사 낭독에서 그 슬픔이 절정에 달했다.
이봉화 위원장은 눈물을 참으며 "살아있다는 게 부끄럽다. 그러나 울고만 있지는 않겠다", "꼭 FTA를 저지하겠다"는 당원들의 추도사를 낭독했다.
추모식은 송경동 시인의 조시 낭독과 가수 박 준의 조가, 허세욱 열사를 태웠던 불로 작은 꽃상여를 태우는 민족춤패 '출'의 진혼굿과 호상인사로 마무리됐다.
허세욱 열사가 묻힐 마석 모란공원으로 떠나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추모식 참가자들의 결의는 그 어느 때보다 힘차 보였다. /김영리 기자
<4신: 낮 12시>
용산미군기지앞에 도착한 유해, 유언대로 미군기지에 뿌려져...
오전 11시 20분 고 허세욱 씨를 보내는 흐느낌이 용산미군기지 앞을 채웠다.
고인은 수백의 종이비행기를 통해 평소에 염원하던 미군없는 세상 속으로 날려졌다. 하지만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 역시 용산미군기지를 둘러싼 수많은 경찰 버스와 철조망이 쳐진 높은 장벽과 함께 해야 했다.
1천여 명으로 불어난 추모객들은 열사의 마지막 가는 길조차도 경찰의 만행에 시달려야 하냐면서 분통해 했다.
△고인의 유해가 유언대로 미군기지에 뿌려졌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고인의 유해가 유언대로 미군기지에 뿌려졌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고인의 유해가 유언대로 미군기지에 뿌려졌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사회를 맡은 민주노동당 이해삼 최고위원은 "이곳이 바로 용산미군기지 앞이다"라면서 "주권없는 땅, 미군기지 앞에서 우린 허세욱 동지의 생전의 뜻을 굳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최고위원이 "고 허세욱 씨는 생전에 한독운수 퇴직금으로 미선이와 효순이의 위령비를 세우자고 지인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해 추모객들을 더욱 숙연케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 의장은 "망국적 FTA를 저지하는 것이, 온몸을 던졌던 허세욱 동지의 외침이었다"면서 "이제는 이 미군기지 앞의 염원을 통해 제2, 제3의 허세욱 동지가 가열찬 투쟁으로 이 땅을 살아갈 것"이라고 조사를 낭독했다.
이어진 조사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변영식 공동대표는 "미군을 이땅에서 몰아내지 않고는 이땅의 평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바로 허세욱 동지다"라며 "용서할 수 없다. 당신의 뜻이기에 용서할 수 없다. 수천 수만의 허세욱이 되어 저들에게 되갚아 주겠다"고 울먹였다.
민중연대 정광훈 의장은 지난날 고 허세욱 씨를 기억하며 "어디서나 똑똑한 척 하지 않고, 심장에 남는 민중, 우리 사회에 허세욱 씨 같은 민중들만 있다면 FTA무효를 바라는 촛불도 또한 죽음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의장은 "지하에 가서 하중근, 홍덕표 등의 열사를 만나 이후 일어날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고 외쳤다.
이후 노래패 꽃다지의 조가가 이어졌으며, 조가가 계속되는 동안 도로에 앉은 추모객들은 눈을 감고 흐느끼거나,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진 고 허세욱 씨를 보내는 상징의식은 숙연함이 극에 달했다. 성남화장장에서 일부 수습한 고 허세욱 씨의 유해를 미군기지에 뿌린 것.
고인은 유언을 통해 자신의 뼛가루를 전국의 미군기지에 뿌려 미국놈들을 괴롭히게 해달라고 했었다.
용산미군기지 앞 노제를 마친 추모객들은 고 허세욱 씨의 영정이 담긴 차와 신의를 앞세우고 남영역까지 고인을 보내는 마지막 걸음을 시작했다.
△추모객들은 고 허세욱 씨의 영정이 담긴 차와 신의를 앞세우고 마지막 걸음을 옮겼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추모객들은 고 허세욱 씨의 영정이 담긴 차와 신의를 앞세우고 마지막 걸음을 옮겼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3신: 오전 11시>
분신현장 찾은 운구행렬..."열사의 유언이다. 한미FTA 끝장내자"
오전 10시 10분 한독운수를 떠난 故 허세욱 씨의 운구행렬이 지난 4월 1일 스스로 몸을 불살랐던 하얏트 호텔 앞에 도착했다.
△오전 10시 10분 한독운수를 떠난 故 허세욱 씨의 운구행렬이 지난 4월 1일 스스로 몸을 불살랐던 하얏트 호텔 앞에 도착했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허세욱 씨가 분신했던 하얏트 호텔 앞 도로에는 하얀 소복을 입은 여성 추모객들이 '한미FTA 원천무효, 평택기지확장반대, 한미동맹 폐기'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었으며, 그 뒤로는 20여개의 만장을 앞세우고, 600여 노제 추모객들이 고인을 추모했다.
고 허세욱씨가 분신한 바로 그 자리 위에는 '열사정신계승, 한미FTA무효, 노무현 정권 퇴진'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하얏트 호텔 앞에서 열린 '한미FTA무효, 고 허세욱 열사 민족민중열사장' 노제에서 한상렬 목사는 "사람마다 일평생 잊지 못할 날이 있다. 2007년 4월 1일이 바로 우리에게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지난 4월 1일 하얏트 호텔 안에서는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 행동을 하고 있었는데, 허세욱 씨의 분신을 보고 지난날 효순이 미선이의 영정을 안고 흘렸던 눈물이 떠올랐다"면서 "자책감이 밀려오고,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고통속에서 제발 살아나기를 간절히 염원했건만 우리의 허세욱 동지는 먼저 떠나고야 말았다"고 말했다.
특히 한 목사는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외치지만 않았어도 살아났을 텐데..."라고 아쉬워하며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소서. 하지만 이제 눈물을 닦고 정성을 다하여 목숨을 건 님의 유언을 새겨 실천하겠다"고 허세욱 씨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이어서 추모객들은 "열사의 유언이다. 한미FTA 끝장내자"라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편 하얏트 호텔 앞에서는 고 허세욱 씨를 보내는 길닦음 몸사위가 올려졌다.
△하얏트 호텔 앞에서는 고 허세욱 씨를 보내는 길닦음 몸사위가 올려졌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고 허세욱 씨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흰 천을 하나하나 밟아갔다. 고인은 그 흰 천의 가운데를 찢어 이승을 떠나는 힘든 길을 떠나기 시작해 FTA저지를 위해 몸을 불살랐던 바로 그 자리에서 천을 태워 스스로의 넋을 다시 부활시켰다.
노제에 참석한 추모객들은 허세욱 씨를 대신한 거칠고도 애절한 춤사위에 머리를 숙이고 흐느끼기도 했다.
한상렬, 문성현, 정광훈 장례대책위원장들과 600여 추모객들도 고 허세욱 씨를 향해 재배를 올리며 아쉬움을 달랬다.
하얏트 호텔을 떠난 고 허세욱 씨의 유해는 용산미군기지를 향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2신: 오전 9시 25분>
동료 택시기사들 "세상에 이런 분은 안계셨다"
오전 8시 40분 故 허세욱 씨는 생전에 다니던 한독운수의 차고지에 들어섰다. 차고지에 들어선 고인은 600여 동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기가득한 눈길로 정든 직장의 이곳저곳을 훑었다.
생전에 몰던 차량과 영정, 유해가 든 상여와 함께 마지막 가는 날 이곳저곳을 둘러본 고 허세욱 씨.
△오전 8시 40분 故 허세욱 씨는 생전에 다니던 한독운수의 차고지에 들어섰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한독운수 그곳에는 고 허세욱 씨가 입었던 옷과 모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던 '친절한택시'의 강창선 씨는 "16년 동안 택시기사로 어려운 길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같이 했다"면서 "지구상에 이런 분은 안계셨다"고 회상했다.
강씨는 "힘든 일을 묵묵히 했던 분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면서 "살아남은 우리들이 고인이 못다 이룬 일을 하는 것이 열사를 위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0만 원짜리 월급명세서, 한독운수 조합원들에게 남긴 유서.
고인을 기억하는 수많은 참가자들은 고인의 기운이 느껴지는 차고지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한독운수 황주남 분회장은 "고달프게 살아온 인생이 허세욱 동지의 인생역정"이라면서 "우리 허세욱 동지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길이 허탈하다"고 추도했다.
황 분회장은 "동지의 어깨를 잡고 투쟁의 길을 함께 가고자 했는데 왜 먼저 가셨냐"며 오열했다.
관악주민연대 이명애 사무국장은 "봉천동 산기슭에서 만난 허세욱 아저씨라고 부르고 싶다"면서 "일그러진 얼굴이라도 입맞추어 주고 타버린 손이라도 잡고자 했었는데..."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표했다.
'투쟁가를 몰라 어물거리다가도 마지막 단결투쟁만은 강하게 외치던 고 허세욱 동지.'
어떤 아쉬움이 남아 고인의 발걸음이 떠나지 않는 것일까. 16년간 머물렀던 한독운수를 떠나는 고 허세욱 씨의 영정은 간혹 발 길을 멈추기도 했다.
이 땅의 가장 가난한 민중으로 와서 치열하게 싸우던 고 허세욱 씨. 오전 9시 20분을 넘어 고인의 영정은 스스로 몸을 불살라 한미FTA 폐기를 외쳤던 하얏트 호텔로 향하고 있다.
△고인의 영정은 스스로 몸을 불살라 한미FTA 폐기를 외쳤던 하얏트 호텔로 향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1신: 오전 8시 20분>
고 허세욱 열사 노제 시작.."동지여, 동지라 불림을 가장 좋아했던 허세욱 동지여"
△고 허세욱씨의 노제가 18일 오전 영등포 민주노총 건물에서부터 시작됐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동지여, 동지라 불림을 가장 좋아했던 허세욱 동지여. 우리가 10만 대군이라도, 가열찬 투쟁으로 노무현 정권을 압박했다면 이러한 일은 없었을 것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여중생을 위해 울었고, 황새울 들판 미군을 향해 깃발을 들고 달렸던 당신. 망국적 FTA를 폐지하라는 당신의 외침을 기억하겠습니다. 자주와 평화 민족해방투쟁의 투쟁의 길에 함께하소서. 허세욱 동지여. 허세욱 동지여. 허세욱 동지여.” - 장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홍근수 목사가 낭독한 추도사 중
성남 화장장 인근에 무연고자함에 뿌려진 고 허세욱씨의 유해를 일부 수거한 유품이 든 상여 뒤를, 고인을 기억하는 500여명이 흐느끼며 뒤따랐다. 고 허세욱씨는 그렇게 평생을 도로위에서 보낸 것처럼 마지막 가는 길 역시 병원 앞 도로에서 그 떠남을 시작했다.
18일 고 허세욱씨의 마지막 가는 길은 공공연맹 공공운수노조 임성규 위원장과 서울시당 정종권 위원장이 상주를 맡았다.
7시 10분, 병원 앞을 떠난 고인. 병원을 떠나는 노제의 가장 앞은 고인이 생전에 몰던 한독운수의 서울33 사2114 택시가 길을 텄으며 택시 안에는 고인과 가깝게 지내던 택시 노동자가 고인의 영정을 들었다.
택시 뒤에는 한미FTA 무효, 민족민주열사 허세욱 이라고 쓴 커다란 팻말을 10여명이 어깨에 맸으며 그 뒤는 고 허세욱씨의 영정이 뒤따랐다.
7시 35분 노제의 행렬은 고인의 유서에서 밝혔던 먼 길을 떠나면서도 함께하고 싶다는 민주노총 앞에 다다랐다.
그리고 허세욱씨는 친우의 품에 안겨 민주노총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참가자들은 고인의 유서를 낭독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고인을 기억했다.
7시 50분 현재 노제 대열은 고인이 생존에 다녔던 한독운수를 향하고 있다.
△허세욱씨의 영정뒤로 시민사회단체 5백여명이 함께했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노제의 가장 앞은 고인이 생전에 몰던 한독운수의 서울33 사2114 택시가 섰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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