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6-2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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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아빠가 그렇게 천하의 나쁜짓 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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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서울서부지회
 조회 :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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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신문 제74호
= 현대차 사장님이 보낸 받기 싫은 편지를 보고 =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길.
여러 집에 꽂혀있는 편지들이 우리집에도 꽂혀있어서 그 자리에서 뜯어보았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윤여철’이라는 명의의 편지였고 임단협을 앞두고 노동조합에서 또다시 파업을 하려고 하고 있어서 걱정이란다.
아이와 둘이 저녁을 먹고 신랑을 기다리면서 TV를 틀자 이번엔 뉴스 기자들이 아이 아빠의 회사인 현대자동차 파업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무너질 것 같이 걱정을 하고, 나이드신 어르신 50여명이 기자회견장에 나와서 계속 파업을 하면 현대자동차 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신다.
“애 아빠가 그렇게 나쁜 짓 하나?”
우리 애 아빠들이 그렇게 천하의 나쁜 짓을 하나?
한미FTA가 타결돼서 미국차 관세가 없어지고 우리나라 차와 비슷한 가격으로 국내에서 팔린다면 외국차가 훨씬 많이 팔리고 국산차는 덜 팔릴 것 같은데, 그러면 우리 신랑 회사에 일거리가 없어서 98년처럼 다시 정리해고 바람 불면 그때는 누가 우릴 지켜주나?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누구보다 파업을 반대하고 싶은 게 가족들이 아닌가 싶다.
회사나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진짜 노동조합이 파업을 많이 해서 국가 경제가 어려워져 회사라도 망하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 나오는 뉴스는 회사가 망할거라는 걱정은 싹~ 날려버렸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수천억대 회삿돈을 횡령해서 재판중이라고 하니 말이다.
우리 남편들 주야간 시켜 고혈을 짜내 만든 그 많은 돈을 불법적으로 자기 재산 늘리기에 쓴 것이다. 파업 때문에 경영이 어렵다고 죽는 소리를 하던 현대자동차가 그렇게 많은 돈을 재놓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회사 눈치 안보고 할말 하는 신랑이길”
언론에서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모두 연봉 6천만원 이상을 받는다면서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들에 비해 돈을 많이 받는 귀족노동자라고 한다.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나사 몇 개 끼워놓고 시원한데 앉아서 부채질하면서 연봉 5~6천만원을 받는다고 생각들 하시나?
모르긴 몰라도 귀족노동자 소리 들을 만큼 연봉을 받으려면 1년 365일 중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 공휴일, 국경일까지 반납하면서 애들하고 집앞 놀이터 한번 가지 못하고 일년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주야간 돌아야 벌수 있는 돈이고, 그 마저도 근속이 오래된 일부 조합원의 이야기이다.
우리 신랑은 주철부에서 일하는데 용광로 앞에서 부품들을 담는 일을 한다고 한다.
겨울엔 그나마 낫지만 여름엔 말그대로 불덩이를 안고 하는 일이다.
회사에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해도 기름냄새와 땀냄새에 절은 작업복을 보면 한번씩 미안한 마음에 애한테 먹을것 하나 덜 먹이더라도 하루라도 야간가지 말고 애하고 놀아주면 좋겠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생긴다.
남들이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이른 아침, 야간 작업에 지쳐 누렇게 뜬 얼굴로 집으로 들어와 쓰러지듯이 자고, 저녁 무렵 푸석한 모습으로 다시 야간 출근 준비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무거운 마음 가눌 길이 없다.
힘들게 일하는 우리 신랑,
그나마 회사에 눈치 안보며 할말은 하는 당당한 가장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노동자의 아내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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