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03-1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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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단협지침]"휴가축소·비정규직 차별·손배지속…" 격돌 불가피
노동과세계 제280호
이승철
경총(회장 이수영)이 최근 전국 4천여개 사업장에 배포한 <2004년도 단체협약 체결지침>이 올해 임단협에 먹구름을 몰아오고 있다. 경총은 이 지침에서 노동조건 대폭 악화와 비정규직 차별 온존·심화 등을 제시해 노사간의 한판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수영 회장이 지난 2월24일 취임하면서 밝힌 '협조와 타협의 정신'을 무색케 하리 만치 단협개악과 노동착취를 부추기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휴가축소 등 노동조건 개악
지침은 지난해 도입된 주5일제와 관련해 △월차휴가폐지, 연차휴가 조정 △연장근로 상한선 및 할증률 조정 △생리휴가 무급화 △탄력근로시간제 도입 △경조휴가 특별휴가 등 약정휴가 축소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이 최저기준을 정한 것이라는 법 취지를 무시한 것이란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또 개별사업주가 경총의 지침을 근거로 이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노사간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길을 원천 봉쇄해 오히려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
◇비정규직 차별 심화
지침은 특히 비정규직과 관련해 "노조와의 협상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경총은 또 "비정규직 채용 시 노사합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동등 대우 보장 등에 대해서는 노조의 요구를 거절할 것"을 명문화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두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자살 하는 등 이미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비정규직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겠다는 의도일 뿐만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을 시작부터 가로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배·가압류 지속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손배·가압류'도 계속 활용토록 지시했다. 경총은 "불법쟁의와 관련해 면밀히 검토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징계처분 할 것"을 권고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선 민사상의 가처분 제도나 손해배상 청구를 활용해 책임을 물을 것"을 분명히 했다. "면책합의 요구에 대해선 수용하지 말 것"도 당부했다.
◇그 밖의 독소조항
산별교섭과 관련해선 "반대입장을 견지하는 한편 산별노조 건설 움직임에 대해 의도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산별교섭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산별간부 사업장 출입금지 △산별간부 임금지급 및 시설제공 요청 거부 △타 사업장 문제나 상급단체 지시를 이유로 한 파업 금지 등을 전제로 하도록 했다. '산별교섭의 탈을 쓴 기업별 교섭'을 진행토록 한 셈이다.
경총은 이밖에도 △정치활동에 대한 제약강화 △인사이동시 노사합의 및 구조조정 시 노조와의 협의·합의 등의 노조 경영참가 봉쇄 등을 지침으로 내렸으며, 노조의 노동자 감시장치 폐지요청에 대한 대응지침 등도 새로 추가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경총의 지침은 기본발상이 전근대적 노사관에 기초하고 있다"면서 "개발독재시대에 만들어진 논리를 계속 산업현장에 강요한다면 진정한 노사관계의 변화와 발전은 퇴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지침을 폐기하지 않을 시 파업투쟁을 통해 이를 분쇄하고 생존권을 사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승철 keeprun ＠ 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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