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회장을 사퇴하면서 저희 분회원(지회장포함)들에게
개인 우편함으로 보낸 편지입니다.
부득이 지점명은 익명으로 처리를 했으니 이해 해 주시기 바람니다.

그리고,
1월초에 있은 진급자회식,
4월에 실시한 팀웍향상 프로그램의 진행에 대한 해명도 할 것입니다.
두가지 행사를 결코 저 독단적으로 결정한 일은 없으며
분회장을 역임하신 분들과 의논하여 결정한 사항들임을 알려드림니다.

노동조합이 수평적인 조직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선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선배인 저에게 아랫사람 대하듯 조롱하는 상집간부의 모습을 보면서
노동조합의 암울한 미래를 보는듯 했습니다.

겸손함은 찾아볼수 없고
몇해전 울산을 시끄럽게 했던 빨간조끼의 슬픈 추억이 생각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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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ㅇㅇ분회원 여러분...
다시는 저같은 분회장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한줄 올림니다.

그래도 짧은 기간 이었지만 작은 보람이나마 느꼈던 시간 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우려와 고민을 했지만,
더 많은 분란을 예방하고
능력있는 후배님들에게 길을 터 주는 의미에서
때를 놓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떠밀려서 내려오게 되는 참담한 일을 격지 않기 위한 선택입니다.

다수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해야 하는것은 마땅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소리없는 의견들에 대한
아량과 배려가 없는 것 같아서 너무나 안타깝고 서글픔니다.
작년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격은 분란을 이미 보아온 터라
저는,
많은 분들의 비판을 감수 하고서라도 오늘의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보내주셨던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어 주셔도 괜찬습니다.
오래전 부터 빨갱이 취급을 받으며 힘들게 걸어온 길 입니다.
결코 사측의 입장이나 관리자의 입장을 대변한 적은 없었습니다.

현재의 분회비 절반을 1인당 10만원으로 나누어
여러분께 공평하게 지급하여 드림니다.
소중한 분회비는 우리들의 포상금과 협력업체 찬조금 입니다.
다수가 결정하였다 하여
그 의견에 반하는 사람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그들 몫의 돈까지 다수의 사람들의 편의를 위하여
사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다수의 횡포요 또다른 착취입니다.
다수에게 밀려나 버린 소수의 권익은 어디에다 호소를 해야 합니까?

20여년전 지점에서 나홀로 조합원으로서
많은 질시와 배척을 받으며 생활해서
혼자 버티는데는 나름 이골이 나 있습니다.
이제 다시 그길을 가려 하니 적지 않은 부담이 되지만
다시 그 길을 가려 합니다.
물론 그때와는 가는길이 다를 수 도 있겠지만
이것이 제몫이라면 즐겁게 받아 들이겠습니다.

노력은 했지만 되는것은 없었고
본의 아니게 제 뜻이 곡해되는 경우가 있어서
후배님들과 거북한 마찰도 있었습니다.
욕심을 가지고 진행했던 여러가지 일들을 내려놓고 내려갑니다.
1988년 9월13일
노동조합 영업지부의 깃발이 오른 ㅇㅇ지점은
성수지점과 더불어 노동조합의 성지와 마찬가지 입니다.
협박과 유혹을 이겨내고 마지막 까지 남았던 제가
불명예 스럽게 내려오게 되어서
마음이 무겁고 힘들지만
한편으론 거추장스러웠던 짐을 내려놓는다는 홀가분함도 교차합니다.

삶이라는게 참 오묘하지요?
그렇게 신봉했고 애정을 쏟아 부었던 노동조합에
배신감을 느끼니 말입니다.
이제는 여러분과 똑같이 출발선상에 있다는
안도감도 있습니다.
부담없는 보폭으로 여러분과 같이 걸어 가겠습니다.
저 때문에 마음에 부담을 가졌던 분들
너그러운 마음으로 새로운 동료로 대해 주시기 바람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2012년 5월2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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