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03-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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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 바로 알기
하 종 강 /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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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 발전과정과 자본주의
2. 자본주의 경제 구조의 특징
3. 자본주의 생산과정
4. 한국 자본주의의 특징과 노동자의 삶
5. 자본주의 경제와 노동자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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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 발전과정과 자본주의
역사 발전과 경제
지금까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구하려는 많은 노력의 결론은 “경제와의 관련성 속에서 그 해답을 구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토마스 카알라일이 ‘프랑스혁명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변호사나 유복한 상인이나 시골 귀족의 상처받은 허영심이라든가 말 많은 철학이 아니라, 2천5백만의 사람들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던 굶주림, 추위, 괴로움... 이런 것들이 프랑스 혁명의 원동력이었다. 어느 나라 어느 혁명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거룩한 이념은 굶주림의 해결이라는 절박한 문제에 뒤따라 나온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던 것이다.
경제가 역사를 발전시킨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는 위와 같은 해석을 애써 부인하려는 노력이 최근까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암흑의 시대라고 불리우는 중세시대에는 역사는 초월적 존재인 신의 정의가 실현되는 과정에 불과했고(종교사관), 20세기초까지도 역사는 ‘위인의 전기’라는 것이 상식이었다(인물사관). 1950년대 미국의 탁월한 한 역사학자조차 그들의 동료 역사학자들이 “역사상의 위인을 사회적 및 경제적 허수아비처럼 취급하고 그 위인들에 대한 대량살육을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그와 같은 사회적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경제적 조건이다. 역사는 훌륭한 개인이 아니라 다수 인간들이 생활해 온 모습이고, 그들의 경제적 욕구가 반영되어 온 과정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최근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매년 하나씩 출현한 통치 이데올로기들... ‘신경제’ ‘국제화’ ‘세계화’ ‘신노사관계구상’ ‘신자유주의’ 이 모든 통치이념들이 모두 경제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것들이었다. 경제 문제는 비단 현대 사회에서만 아니라 인류 역사 전체 과정에 걸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역사발전과정으로서의 자본주의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을 원시시대 → 고대 → 중세시대 → 현대로 구분하는 것은 단순한 시기적 분류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한 구분으로는 그 시대의 특징이 무엇인지 나타낼 수 없다. 역사 발전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구분해보자. 원시 공산제사회 → 고대 노예제사회 → 중세 봉건제사회 → 자본주의사회로 표현하면 그 시대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물론 지역과 나라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인류 전체의 역사를 보면 이런 큰 흐름을 가지고 발전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영원불변할 것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현상들 - 엄청난 생산력, 대량생산되는 상품, 높은 소비 수준, 독점자본의 위력, 자유경쟁사상도 알고 보면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으로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약 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몇 십만년에 이르는 인류역사에 비교하면 사실은 아주 짧은 시기이다. 인간의 역사가 변화․발전해온 커다란 역사적 흐름과 발전 과정을 보면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도 또 다른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역사 발전의 법칙
고대 사회에서는 노예가, 중세 사회에서는 농노가 노동을 담당했다. 그들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웠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오늘의 주제가 아니니 생략하자. 다만, 고대의 노예는 잘게 부숴져서 연못의 붕어밥이 되기도 했고, 중세의 농노는 결혼 첫날밤 신부와 함께 잘 수 있는 권리를 영주에게 받쳐야 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자. 그 시대에는 그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보편적인 가치관이었다.
고대 노예의 생활에 비하여 중세 농노의 생활은 한결 그 자유와 권리가 확대되었고, 중세의 농노에 비하여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 생활 역시 그 자유와 권리가 크게 확대되었다. 그에 비하면 중세의 영주는 고대의 귀족보다 그 자유와 권리가 오히려 축소되었고,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 역시 중세의 귀족보다 그 자유와 권리가 축소되었다. 노동을 직접 담당했던 계급의 자유와 권리가 크게 확대돼온 반면 그 상대되는 계급의 권력은 점차 제한돼왔다.
선사시대를 빼고 실증적 기록이 남아있을 때부터 따지면 인류의 역사는 대략 얼마나 되는 것일까? 성경까지 역사적 기록으로 인정할 경우 기독교의 출발이 되었던 출애굽 사건이 기원전 1300년경이었으니 모두 2천5백년쯤 되었다고 보자. 2천5백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류 역사는 신기할 정도로 한쪽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것처럼 인류 역사도 줄기차가 한쪽 방향을 지향했다. 그 방향은 2천5백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며 사는 계급이 있고, 편하게 놀고먹는 계급이 있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는 사회 계급은 그렇게 나뉘어져 있었다. 그런데 인류의 역사는 그 시대의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계급의 권리와 자유가 점차 확대되는 방향으로, 편하게 놀고먹는 계급의 권력은 점차 축소되는 방향을 진행되었다. 그 방향이 2천5백년 동안 바뀌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시대의 노동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주체의 세력이 점차 확대되어 가는 과정이 역사의 진행 방향이었고, 그 진행 방향은 당연히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노동 해방’을 주장하는 우리의 관점이 옳은 것은 고대사회 ‘해방 노예’의 관점이 옳았고, 중세사회 ‘해방 농노’의 관점이 옳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치 생산을 담당하는 계급의 권리와 자유가 확대되고 그 상대되는 계급의 권리와 자유는 축소되는 과정 - 그것이 바로 역사의 진행 방향이다. 때로 전진하고 후퇴하기도 하지만 역사를 조금 긴 호흡으로 보면 “역사는 담당 주체의 세력 확대 과정”이었다.
우리가 신자유주의에 자신있게 반대할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인류 역사가 진행되는 방향에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노예제도가 문명사회에서 철폐될 수밖에 없었던 것과 똑 같은 맥락으로 신자유주의는 몰락할 수밖에 없는 이데올로기이다. 히틀러 같은 독재자 나타나면 역사가 잠시 수십년쯤 뒤로 후퇴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지금은 신자유주의라는 망령 때문에 역사가 잠시 주춤거리고 있을 뿐인 것이다.
2. 자본주의 경제 구조의 특징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생산 사회이다
중세 사회인 조선시대만 해도 사람들은 직접 농사를 지어 식량을 마련하고, 바느질을 해서 옷을 지어 입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 쓰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 물건들을 사서 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과 연료조차 상품화됐고 자연경관조차 돈으로 팔고 사는 사회가 되었다. 돈이 없으면 단 하루로 사회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쓰는 모든 물건과 재산은 거의 다 상품이다. 우리는 자신이 쓸 물건이 아니라, 시장에 내다 팔 물건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세 사회,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에도 상품은 있었다. 대장장이는 대장간, 쇠, 도구 등을 가지고 직접 호미나 낫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호미, 낫’이라는 상품은 대장장이의 것이 되었다. 즉 생산물의 주인이 생산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대장장이가 생산에 필요한 생산수단인 대장간, 쇠, 도구를 다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자가 자동차를 만들어도 자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가의 것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 생산과정에서는 생산수단과 생산자(노동자)가 분리되어 있고, 생산수단의 주인인 자본가가 생산물(상품)의 주인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는 과거 봉건제 사회처럼 지주에게 신분적으로 예속되어 있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는 봉건제 사회와 달리 신분적 예속과 계급의 세습을 없앤 자유로운 노동자계급을 탄생시켰다. 즉 노동자계급은 법적인 평등과 자유로움을 갖고 있는 반면,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함으로써 노동력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에 처하게 됐다.
상품이 된 노동력
가진 것이 없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팔지 않으면 먹고 살수가 없기 때문에 노동력을 상품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시장에서 돈을 주고 쌀을 사듯이, 자본가는 돈을 주고 설비와 원료를 구입하고, 노동자의 노동력 상품을 구입한다. 노동력 상품을 구입하는 비용이 바로 임금이다. 우리가 시장에서 쌀을 살 때 더 값싸고 좋은 쌀을 찾듯, 자본가 역시 좀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 노동자를 골라서 더 좋은 노동력 상품을 구입하려고 한다. 상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의 노동력 역시 상품이 된 것이다.
노예제 사회에서 노예들은 아무런 인격도 권리도 없이 소나 말처럼 착취당했다. 봉건제 사회에서는 자신이 농사지은 생산물의 대부분을 지주에게 갖다 바쳤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떻게 인간의 노동력이 상품이 되었을까?
첫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스스로 팔 수 있을 만큼의 인격적 자유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노동자는 생산수단(시설, 설비 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노동력을 파는 것 외에는 살아갈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는 노예처럼 한 귀족에게 속박되지는 않지만, 어떤 자본가에게든 자신의 노동력을 팔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 <짚고 넘어가기> 노동력이란 무엇인가?
○ 노동력 : 재화(財貨)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하여 지출하는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의 총체로 어느 사회에서도 없어서는 안되며,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노동자가 능력, 즉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상품으로 판매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 노동력의 가치 : 임금은 노동자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이다. 즉 노동자와 그의 가족이 먹고 입고 쉴 수 있는 집 등 노동력 유지와 재생산을 위한 생계비용이다.
3. 자본주의 생산과정
자본이란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모여있는 돈이다
자본가는 왜 기업을 운영하고 공장을 돌리는가? 한 마디로 더 큰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돈이 돈을 버는 사회”라고 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윤 획득을 위해 투자되는 돈이 바로 자본이다. 노동자의 호주머니에 있는 용돈처럼 써서 없어져버리는 돈은 ‘자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돈이 벌리지 않는다면 자본가는 자본을 투자할 리가 없다.
자본가는 토지, 공장, 기계, 원자재 등과 함께 ‘노동력’을 구입하여 상품을 생산하는데, 이렇게 생산된 상품은 자본가가 처음에 투자한 금액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이 된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투자했다면 1억2천만원 어치의 상품을 생산한다. 도대체 1억짜리가 1억2천만원짜리로 변하는 이 요술의 비밀은 무엇일까?
바로 노동과정을 통해 가치가 불어난 것이고, 바로 그 늘어난 가치는 노동자의 노동력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노동자는 자신이 먹고 사는 데에 필요한 노동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초과노동을 하게 된다. 이때 노동자가 먹고 사는 데에 필요한 노동(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을 ‘필요노동’이라 하고, 그 외의 노동을 ‘잉여노동’이라 한다. 바로 이 잉여노동이 자본가의 이윤이 되는 것이다.
잉여가치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루 8시간 노동에 대해 5만원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5만원은 그 노동자의 노동력의 가치이며, 그와 그 가족의 생계수단의 가치이다. 그리고 기계설비와 원자재 등 생산수단에서 이전된 가치를 4만원이라고 하면, 이 상품의 가치는 9만원이 될 것이다.
자본가는 9만원의 자본을 투여했고 역시 9만원 어치의 생산물을 얻었다면, 자본가는 돈을 하나도 벌지 못한 것이 되며, 이렇게 기업을 운영하느니 차라리 회사문을 닫는 것이 낳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망하고 자본주의 체제 역시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자본가는 그 상품의 가격을 14만원으로 정했다고 하자.
자본가가 기업을 운영하면서 망하지 않고,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노동자들에게 자신이 받은 노동력 가치(임금)보다 더 많은 일을 시키면 된다. 예를 들어, 한 노동자가 하루 4시간 노동을 통해 5만원의 가치를 생산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4시간 노동으로 그의 임무를 다하지만, 보수를 받지 못하는 노동을 4시간이나 더 일함으로서 자본가의 잉여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되는 것이다.
■ <짚고 넘어가기> 불변자본, 가변자본이란 무엇인가
○ 가변자본 : 자본의 가치 크기를 변화시켜 주는 자본(노동력). 노동자의 노동력은 임금으로 그 가격을 지급하는 자본가에게 잉여가치를 가져다주는 가변자본이다.
○ 불변자본 : 자본의 가치 크기를 변화시켜 주지 못하는 자본(자연 원료, 기계 등). 건물, 설비, 원료 등은 그 가치의 일부 또는 전부를 생산과정에서 단순히 생산물로 이전시킬 뿐 그 가치를 변화시키지 않는 불변자본이다.
○ 상품의 가치 = 불변자본의 가치 + 가변자본의 가치(필요노동시간) + 잉여가치(잉여노동시간)
○ 잉여가치율(착취율) = 잉여가치 / 가변자본
○ 노동자의 상대적 빈곤화 : 잉여가치율의 증가에도 불구 국민소득 중 노동자가 받는 몫이 점점 작아지는 것
○ 이윤율(자본의 자기증식률) = 잉여가치 / 불변자본 + 가변자본
생산성 = 산출 / 투입
○ 절대적 잉여가치 : 필요노동시간을 넘는 시간의 연장이나 노동강도 강화로 늘어나는 잉여가치, 일정한 노동생산성 한계 내에서 발생.
○ 상대적 잉여가치 :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필요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늘어나게 되는 잉여가치, 노동시간단축 운동 등 시간 제한과 일정한 노동강도 내에서 발생, 착취율 증가를 은폐하기 쉬움
4. 한국 자본주의의 특징과 노동자의 삶
역사 발전 과정과 한국 자본주의의 정체성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봉건사회 해체 과정에서 시민계급이 형성되고, 성실한 시민들이 자본을 축적하면서 그 물적토대을 기반으로 시민혁명이라는 과정을 완수하면서 자본주의로 이행했다. 봉건사회의 엄격한 신분제도를 해체한 사상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생각이다. 시민혁명은 사회 구성원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시민적 권리를 깨닫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라는 기형적 형태로 중세 사회가 해체되면서 갑자기 자본주의사회로 편입되었다. 역사 발전 과정에서 ‘조선’이라는 중세 사회의 엄격한 신분제도를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상실했던 것이다. 역사 발전 과정은 사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식민지’ 외에 우리 사회가 겪어야 하는 또 다른 특수한 조건은 ‘분단’이다. 식민과 분단이라는 이중의 악조건을 경험한 나라는 많지 않다. 남북관계는 당연히 고려돼야 할 특수한 상황이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분단’이라는 상황을 실제보다 더욱 과장하여 국민들을 위협함으로써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는 데에 이용해온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권력과 자본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른 철학과 사상을 가질 수 없도록 강제하는 데에 ‘분단’이라는 상황이 이용되어온 것이다.
한국 경제개발정책의 성과
한국은 후진국 가운데에서 아주 모범적인 공업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 공업화 과정은 다 아는 대로 60, 70년대의 경제 개발을 이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현재에도 계속 모범적인 경제 현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가. 우리가 이미 다 아는 답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1990년대 이후 IMF 체제라는 태풍을 맞기 직전까지도 한국 경제는 물가상승, 국제수지 흑자폭 축소, 실업의 증가, 판매부진에 따른 재고 급증, 가동률 저하, 자금난 등으로 특징 지워져 왔고, 그것이 흔히 ‘총체적 위기’로 표현되기도 했다. 오늘날 한국 자본주의 경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세계 제일 가는 부끄러운 자랑거리들을 안게 되었고, 이것은 노동자들의 삶을 폐허화시켰다.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 실태 등을 보아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특징을 아는 것은 그 체제의 특별한 성격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아무 현상이나 모두 특징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현상이 다른 나라보다 유난히 심하다든지, 아니면 부족할 때에 비로서 특징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실업자가 있다.’는 것은 특징이 될 수 없다.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도 모두 실업자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실업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난히 높다’면 이것은 특징이 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을 유지한 채, 이제 우리나라 자본주의의 특징을 알아보자. 그러한 특징들이 결국 우리나라에 IMF 체제의 도입을 가져 온 원인들이기도 하다.
대외 종속
한국을 비롯한 후진국의 자본주의 발전의 시작은 원료 및 상품의 수요와 공급을 외국에 의존하면서 비롯되었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국제 경제 변동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국 경제 불황의 원인은 수출 부진에 있고, 수출 부진의 원인을 따져 보니 미국 경제의 침체에 있다더라는 식이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 감기에 걸린다’는 표현은 바로, 미국의 경기가 침체되면 바로 한국 경제에 불황이 닥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수출액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어들기도 하고, 국내 수요가 증가하자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많아지고, 엔고 현상 하에서도 일본과의 무역에서 적자 폭이 증가하는 현상들은 한국 경제가 선진국 자본에 종속되어 있는 것을 말해주는 것들이다. 경제적으로 외국에 종속되어 있으면 불리한 조건이라도 거부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예컨데, 수출을 위해서 양담배를 수입해야 하고, 우루과이 라운드에 임해서는 ‘벗을 것은 다 벗은 셈’이라고 표현되는 쌀 시장 개방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짚고 넘어가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에서 말하는 ‘자유’란 ‘국제금융자본’의 자유이다. 이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하여 후진국의 ‘개방’이 필요한 것이다.
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유휴자본은 자연스럽게 월스트리트로 모였고 이들이 투자 기회를 찾아 이동하기 위해서는 자본이동의 장벽이 철폐되어야 했고, 투자지역의 여러 규제조치가 무너져야 했다.
자본 이동의 효과를 보자. 우선 외자가 유입되면 그 나라 경제능 흥청망청이 된다. 주가가 치솟고 자본가는 투자를 하면 이윤이 보장된다. 그러나 그 나라 경제의 앞날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워지면 이들 국제금융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즉, 자본주의 경제의 고질적 현상이 경기진동의 진폭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근 한국경제, 세계경제 불안정성의 원인이다.
경기의 진폭이 커진다면, 기업의 생산도 들쭉날쭉하게 된다. 고용도 이에 맞춰 고도로 신축성있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력감축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조정’이요 ‘유연노동시장’의 요구이다. 정리해고는 그렇게 생긴 것이다.
재벌 중심 체제
한국의 독점자본은 ‘독점자본’이라기 보다 ‘재벌’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재벌’의 특징은 첫째, 독점적 대기업이 전체 업종에 걸쳐 있고, 둘째, 그러한 대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기업 총수와 그 가족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것이다. 그룹 총수의 30대 아들이 ‘총수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시 총수가 되는 웃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 재벌은 형성 과정에서부터 독재 정부의 특혜를 받았고, 그러한 성격은 아직도 재벌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의 기초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러한 재벌 중심 현상은 IMF 체제를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노력 이후에도 거의 개선되지 않은 채 최근에는 오히려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냥 내버려둔다면 우리는 현대표 두부, 삼성표 콩나물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재벌이 이윤을 획득하는 방법도 생산과정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절대적 잉여가치 생산에 의한 것이 우위를 이루고 정부로부터 받는 경제적 정치적 특혜 등 경제외적 원인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의 각종 사건에서 잘 나타난 바와 같이 재벌은 뇌물과 정치자금 제공, 정치인과 재벌 가문 사이의 혼인 등을 통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재벌은 언론사, 연구소 등을 소유하면서 우리 사회의 여론과 이데올로기까지도 지배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벌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 대기업에 대한 가족적 지배는 기업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보다는 재벌 가족의 기업장악 유지를 우선 목표로 하게 된다. 재벌 총수의 가족이 기업을 계속 지배하기 위해서 자질이 부족한 가족과 친지들을 중요 직책에 임명하는 족벌주의적 행태는 기업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큰 요인이 된다. 그래가지고는 구성원 다수의 참여와 창의성을 살릴 수가 없다.
둘째,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여러 기업을 소유하게 되면 계열 대기업에서 많은 이윤을 남겼을 경우 이것을 그 기업에 재투자해서 건실한 기업으로 육성하는 방향보다 그룹 산하 부실 기업의 적자를 메꾸는데 동원하게 된다. 이것은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하게 되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나아가 재벌의 경제 지배는 대외종속성을 강화하며 물가 상승과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여 국민이 골고루 평등하게 사는 데에 악영향을 미친다. 부정부패를 조장하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문제를, 저농산물 가격 정책의 강행으로 농민 문제를 심화시키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투기 자본의 축적 심화, 농업의 피폐와 지역 불균형, 정부의 경제 활동 개입과 부정부패 등을 한국 경제의 고질적 현상으로 들 수 있다.
사회 불평등 구조의 심화
한국 사회 구조의 고질적 병페는 ‘불평등 구조’로 귀결된다. 박정희가 달성한 경제 개발 최대의 실책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학자들이 한 때 ‘내수가 창출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도 결국은 ‘불평등 구조’의 한 표현이다. IMF 구제 금융도 불평등 구조가 치러야 했던 뼈 아픈 대가였다.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났지만 같은 시간에 빈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임금이 오르면서도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원인도 그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IMF 구제 금융 체제가 우리 사회 불평등 구조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IMF 경제 체제가 국민 모두에게 고통을 강요할 것이다.”라는 건 거짓말이다.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드는 것이 IMF 체제이다. 김대중 정부의 경제 정책이 단기간에 한국 경제를 위기로부터 탈출시켰다 해도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한 그것은 또 다른 경제 위기를 임신하는 과정에 다름 아닌 것이다. 불평등 구조의 심화는 박정희 이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역대 정부를 거치는 동안 단 한 번도 개선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의 경제 회복 정책 역시 재벌과 금리 생활자들, 상위 5%의 부가 더욱 비대해진 채로 새로 태어난 반면에 국민들 1/4이 빈민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존 노동자들의 53% 이상, 신규 취업자의 85% 이상이 비정규직화로서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초국적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이 IMF 관리체제를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화, 민영화, 탈규제를 핵심으로 우리사회를 부유한 20%와 가난한 80%의 사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고용불안이 제도화되고 있으며, 한국전력, 한국통신, 한국중공업 등등 주요한 기간산업과 공공성을 지닌 주요 공기업이 헐값으로 외국자본에 넘어가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가진 자들은 더욱 살쪄가고, 못가진 자들은 더욱 가난해지는 등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등 사회보장제도가 매우 빈약한 상황에서 사회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5. 자본주의 경제와 노동자 임금
임금은 노동력 상품의 가격이다
임금을 노동의 대가라고 할 때에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을 기업주에게 팔아서 돈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을 팔기 위해서는 ‘노동’을 팔기 이전에 이미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노동’은 노동자가 평소에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을 사용하여 무엇인가를 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그리고 그 노동은 시작되는 순간에 이미 노동자의 것이 아니라 자본가의 것이 되므로 생산된 모든 것 역시 자본가의 것이 되고 만다. 임금의 ‘노동의 대가’라면 자본가들이 좋아하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가 합리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고용할 때 그 노동자가 얼마나 일을 잘 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하면 어느 정도의 ‘노동력’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임금을 결정한다. 즉, 자본가들은 그 노동자가 숙련 노동자인가, 미숙련 노동자인가 또는 힘든 일을 잘 할 수 있을 만큼 건장한가 아니면 허약한가에 따라 임금에 차이를 두고 있다. 임금은 ‘노동력’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노동력’이란 인간이 몸 속에 갖추고 있는 ‘일할 수 있는 힘’으로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모두 합한 것이다. 이 ‘노동력’이 발휘되고 소비되는 것이 바로 ‘노동’이다. ‘노동’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만원짜리 재료가 이만원짜리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과정에 ‘노동’이 수행되었기 때문이다.
임금이란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력 상품의 가격’이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이 생산한 막대한 가치 중에서 일부를 노동력 상품의 가격으로 받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계약의 체결은 ‘노동력 상품의 판매 계약’인 것이다 그런데 자본은 마치 노동자의 인격까지 산 것처럼 생각하고 마음대로 부리려고 한다.
임금이 노동의 대가처럼 보이는 이유
때때로 임금은 마치 노동의 대가처럼 보이고 노동자는 자신이 일한 것을 임금으로 모두 지불 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일을 시킨 다음에 임금을 지불한다. 그 때문에 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한 만큼 모두 지불 받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둘째, 임금 액수가 노동의 량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8시간 이상 노동할 경우에는 그 초과분에 대해 잔업수당이 지급되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노동에 대해 모두 지불 받은 것처럼 보이게 된다. 실제로 노동자의 하루 일당이 십만원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노동자가 하루의 노동력을 생산하기 위해서 하루 동안 소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생활용품의 가치이지 노동자가 하루 8시간 노동하여 생산한 가치가 십만원에 해당한다는 뜻은 아니다.
노동력은 실제 가치 이하로 팔리는 경향이 있다
노동력 상품의 가격(임금)은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비용에 의해 결정된다. 다시 말하여,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계속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생계비)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자본가는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반면 노동자는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노동력의 가치가 점차 떨어지는 경향이 발생하게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본가는 생산수단과 자본을 갖고 있으므로 자기 재산만으로도 넉넉히 먹고 살 수 있으나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노동자는 자본가가 임금을 낮게 책정하더라도 사로 다투어 일을 하려고 함으로써 임금이 노동력의 가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둘째, 자본주의 사회가 점차 발전하여 자동화가 진행되는 등의 이유로 실업자가 더욱 늘어나는 한편 이농 현상 등으로 도시에 직장을 구하는 노동자의 수는 더욱 늘어나 일자리를 구하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임금이 노동력의 가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우리가 보통 물건을 사고 팔 때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흥정을 하여 물건값을 결정하지만 노동력 상품의 경우에는 사는 사람(자본가)의 입장이 파는 사람(노동자)보다 유리하므로 노동력의 가치가 공정하게 결정되지 못하는 것이다.
임금인상이 물가를 인상시킨다는 거짓말
임금이 인상되면 물가가 오르고 그에 따라 실질임금이 떨어지게 된다는 거짓말이 한 동안 잠잠하더니 경기 회복을 앞두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 그동안 IMF 체제를 맞아 한국 노동자 임금의 절대금액이 줄어들었으니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재경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은 다시금 “높은 임금 인상률은 비용과 수요 측면에서 모두 물가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임금이 오르면 생산비가 늘어나고,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져서 수요가 늘어나 결국 상품 가격이 오르고, 통화량이 증가하여 화폐 가격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한 주장이 거짓말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품 가격 가운데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 비중이 약 10%라고 할 때 임금이 10% 인상되면 상품 가격 반영율은 0.7%에 불과하다. 그것도 다른 생산비의 감소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가정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도 권력과 자본은 임금이 10% 인상되면 물가도 10% 인상되는 것처럼 엄살을 부리고 있다.
둘째,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상승한다는 주장도 상품의 생산량이 도저히 증가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가정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실제로는 수요가 늘면 판매량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고정 경비가 줄어들고 자금 회전이 빨라져서 원가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 독점 재벌이 제품 가격을 높게 유지하려고 생산과 출하를 조정하는 것이 훨씬 더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 중화학 공업 등에 대한 무리한 중복 투자, 수출 지원을 위한 특혜 보상금, 대형 금융 사고를 메꾸기 위해 통화량을 증발시키는 것에 비하면 노동자의 임금 인상에 따른 통화량 증가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통계수치에 의하면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것보다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을 일으키는 힘이 4배 정도 강하다고 한다. 임금이 물가를 쫓아다니기에 바쁜 것이다.
생계비만큼 받으면 본전이다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생산비는 최저생계비이다. 최저생계비를 전부 임금으로 받는다 해도 노동자들은 이윤이 전혀 없이 본전으로 자신의 노동력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최저생계비에 모자라는 만큼은 최소한 인상해야 한다.
노동자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안정된 직장과 적절한 소득에 의해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큰 고통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교육), 필요한 곳에 편리하고 저렴한 값으로 다닐 수 있어야 하고(교통), 아플 때 큰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의료). 그리고 나이가 들었을 때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복지). 즉 개인적 소비의 수준만이 아니라 사회적 소비의 수준이 적절한 수준으로 만족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노동자가 힘과 건강을 회복하여 다음날에도 노동을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될 수 있어야 하고, 노동자가 책임지고 있는 가족의 생활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일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을 육성할 수 있어야 하고, 직업을 상실하거나 퇴직한 후에도 노동력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그 비용이 보장되어야 하고,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문화 소비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실질임금이 유지되어야 한다
물가가 상승되어 실질임금이 떨어진 경우 그 만큼 보충해야 한다. 그래야만 물가 상승의 피해를 노동자가 고스란히 짊어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실질임금 수준이 유지된다고 해 봐야 결국 이전 수준의 생활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임금이 인상되는 동안 우리 사회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면 실제로 노동자는 더욱 가난해진 꼴이다. 뱁새의 걸음으로 황새를 따라가는 꼴이 영원히 되풀이되는 것이다. 노동자는 열심히 일한 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부자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 계층이 유지되기는커녕 더욱 낮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 때의 중산층은 듣기에만 좋은 허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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