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집 금속노동자와 보수언론 =
2007년은 보수 언론들의 ‘노조사냥’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월 4일부터 타결된 17일까지 2주 동안 모든 신문과 언론들은 현대자동차지부의 성과금지급 투쟁을 사설, 보도, 기획기사 등으로 다루며 며칠 굶은 배고픈 하이에나들이 먹이감을 찾은 듯 사나운 기세로 현대차로 몰려들었다. 언론들의 이러한 행태들이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보도태도는 ‘융단폭격’ 그 자체였다.
과장·왜곡·은폐…노조는 ‘공공의 적’
그러나 우습게도 이러한 보수 언론들의 폭력은 1월 3일 있었던 현대자동차 시무식장에서의 폭력보도로 시작한다. ‘현대차 노조를 노조라고 할 수 있나’(한국일보 1.4 사설), ‘난장판 된 현대차 시무식’(조선일보 1.4 보도), ‘성과금 왜 깎나 사장폭행’(머니투데이 1.4 1면 톱) 등의 기사를 통해 시무식장에서 소화기를 뿌린 폭력만을 부각해서 실었다.
노사간 약속을 어긴 것이 회사라는 사실도, 이런 충돌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정황과 이유도, 경비들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다친 조합원에 대한 사실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사를 쓰는 6하 원칙에서의 ‘왜’를 빼 ‘난동’과 ‘사장폭행’으로만 알려져 노조의 정당한 요구는 “폭력을 동원해 생떼를 쓰는 것”이 되어 버렸다.
현대차지부가 2006년 임단협 교섭장면 녹화본을 올려 사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려내고, 노사가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라며 투쟁방침을 확정하자 보수언론들은 다른 측면에서 악의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귀족노조의 배부른 투쟁’이라고 전제한 뒤 ‘도덕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한 파업’‘국면전환용 파업’‘선거에서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노조의 파업투쟁에 정치적 의도라는 색깔을 덧칠했다.
또한 이번 사건과는 상관없는 내용들을 기획기사로 쏟아냈다. 20년간의 파업일수와 손실액 보도, 전임간부 문제, 다른 나라 자동차회사 들먹이기 등을 실으며 경제 위기는 모두 ‘노조 탓’이라며 노조 자체를 불온시하고 사회악으로 몰아세웠다. 보수언론의 단골메뉴인 ‘엄정대처’도 빠지지 않았다. 불법파업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며 박근혜의 ‘공공의 적’ 발언을 예로 들어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선동했다.
언론의 왜곡, 편파 보도에 맞서 금속노조는 의견광고로 노동자들의 뜻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일방의 주장이라는 이유를 들이대며 광고게재를 거절했고, 경향신문은 얼토당토않은 광고비를 내세워 내용적으로 게재를 거부했다. 신문기사에도 광고에도 노동자의 목소리는 없었다.
인터넷 언론, 여론을 바꿔가다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회사 뿐아니라 언론과도 싸워야 했고, 이 언론이 뱉어놓는 선동으로 진실을 접할 기회조차 잃어버린 국민들의 반대여론과도 싸워야 했다.
현대차 조합원들은 보수언론의 융탄폭격에도 굴하지 않았다. 김종영 대의원 얘기대로 “언론도 회사도 미친 것 같다. 자본이 언론과 정권을 업고 노조를 죽이려고 하는데 싸울 수 밖에 없다”며 굽힘없이 투쟁을 전개했다. 회사가 월차를 내주지 않자 무결처리를 감수하면서 1500여명이 본사상경투쟁을 벌였고, 현장의 제조직과 비정규직도 파업을 지지하고 함께 싸웠다.
이러한 조합원들의 분노와 투쟁이 인터넷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보수언론들이 현대자동차 윤여철 사장 인터뷰로 도배했다면 프레시안, 레디앙,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신문은 현대차지부 박유기 위원장의 인터뷰를 실었고, 왜 싸우는지를 담아냈다.
언론의 광고거부도 인터넷 신문에 알려지면서 한겨레 내부에 자성의 목소리를 불러냈다. 이러한 보도들은 인터넷상에서 반향을 불렀고 보수언론도 노조쪽 이야기를 싣지 않으면 안되도록 강제했다. 한쪽으로만 쏠리던 물줄기에 파장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파장은 거대 보수언론의 공격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대안찾자’는 목소리 높아
현대자동차 이상화 조합원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 같다. 시무식 때문에 친구도 가족도 내편이 없다”고 한탄한 뒤 “노조는 유인물과 대자보뿐이 없는 조건에서 가진 자들에 대항할 대중매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도 교육부장은 “보수언론이고 자본언론이니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길 게 아니라 신문사에 한 통씩이라도 항의전화하자”고 실천을 강조했고, 방인우 조합원은 “보수언론의 시각로만 보는 게 가슴 아프다”며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조합원들은 보수언론을 통해 자본의 얘기만 들을 수밖에 없는 국민들에게 노동자의 목소리를 알려낼 적극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안을 찾자는 목소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힘을 받아가고 있다.
2007-01-22 10: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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