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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1-20 16:06
경찰 폭력진압으로 용산철거민 6명 사망
 글쓴이 : 서울서부지회
조회 : 1,053  

20일 새벽 경찰 폭력진압 과정서 농성망루 폭발사고 발생...재개발사업 추진에 보상요구하며 농성 벌이던 철거민들 사망, 다수 중화상 입어
 
 
[기사대체] 경찰의 폭력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 추진으로 인해 쫓겨날 처지에 놓인 철거민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경찰 폭력진압에 의해 철거민과 경찰 등 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중상을 입었다.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소속 철거민 50여 명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63번지 일대 국제빌딩 주변 지역 한 5층 건물에 들어가 농성을 벌였다. 철거민들은 이 건물 4층과 5층에서 농성을 벌이다 옥상에 폭 10m 정도의 망루를 세워 그 안으로 들어가 추위를 피했다.

경찰은 19일 오전부터 물대포 5대와 소방호수 등을 동원해 이 건물 사면에 계속해서 물을 뿌려댔다. 그동안 건물 1층과 2층에는 용역깡패 수백 명이 건물을 봉쇄하고 2층 천장을 뚫었다. 경찰 진입 시 들어갈 곳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용역들은 옥상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들에 대해 폭력적인 언사로 협박하는가 하면 곳곳에 불을 지르며 위협했다.

대치가 이어지다 20일 새벽이 되자 경찰과 용역들은 긴급하게 진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동이 트고 출근시간이 되면 시민들이 모여들 것을 우려한 경찰은 용역깡패들과 합동작전을 통해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공격해 들어갔다.

새벽 5시 경 경찰은 대형크레인에 경찰병력을 태운 컨테이너 박스를 실어 건물 옥상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건물 아래쪽에서도 다수 경찰병력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철거민들에게 계속해서 물대포를 살포했다.
 
경찰은 크레인에 실린 컨테이너 박스로 철거민이 세워놓은 망루를 무너뜨리기 위해 부딪치며 위협했다. 당시 망루 안에는 철거민 50여 명이 들어가 있었지만 경찰의 과도하고 위험한 행태는 계속됐다. 위아래에서 경찰병력이 치고 들어오고 물대포까지 쏟아지는 상황에서 철거민들은 망루 속에 갇힌 채로 저항을 계속했다.

그러다 오전 7시 경 망루에 불이 붙었다. 망루 내부에 있던 철거민들은 폭발사고에 대비해 안에 있던 시너통을 밖으로 내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차 불이 더 크게 번졌다.

오전 7시 경부터 1시간 동안 불길이 크게 솟았다. 시너로 인해 화재가 커진 만큼 특수약품을 뿌려야 불길을 잡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계속해서 물만 뿌렸다.

당시 철거민들은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망루 문을 용접해 놓았기 때문에 얼른 대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찰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철거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망루는 오랜 시간 불에 타 거의 녹아내리듯이 전소돼 버렸다.

건물 주변에서 이 광경을 목격하던 시민들은 “어어~ 저 안에 사람 있는데...”,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 안에서 사람들이 죽어갑니다!”라고 울부짖으며 화염 속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철거민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망루 속에서 나온 철거민들을 경찰은 폭력적으로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에게 무자비하게 밀려난 철거민 두 사람이 건물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진압 전에 아래에 매트리스를 깔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던 것.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없이 철거민들을 개잡듯 몰아 결국 인명피해를 부른 셈이다.

경찰 폭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폭발사고로 망루에서 튕겨져 나온 철거민들 상당수가 중화상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기에만 바빴다. 목격자들이 진술한 바에 의하면 겉으로 보기에도 의식불명인 철거민을 마구잡이로 끌어다가 전경버스에 짐 던지듯이 태웠다는 것.

한겨레 동영상을 통해 증언한 현장목격자는 “망루에 불이 붙자 뛰어 내린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사망했는지 비닐로 말아져 있었고 10분 동안이나 유기돼 있었다. 응급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사고 즉시 경찰은 현장을 완전히 봉쇄했고 사망자와 중상자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끌어냈다. 사망자와 중상자를 제외한 연행자들 전원이 서울 시내 경찰서들에게 분산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국철거민연합 측은 “20일 낮 시간 현재까지도 우리는 몇 명이 사망했는지, 누가 어느 병원, 어느 경찰서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경찰은 우리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았고 기자들을 통해서 5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전국철거민연합은 사건 이후 경찰서와 병원들을 뛰어다니며 철거민들 소재를 파악 중이다. 전철연이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의하면 건물 안에 총 53명이 들어갔으며 도중에 3명이 빠져나왔다는 제보가 있다.

사고 현장에 총 몇 명이 있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며, 전철연 측은 “현재 16명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갑작스러운 폭발이 일어나면서 망루 안에 있던 철거민들 대부분이 중화상을 입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중화상자 중 다수가 안면에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이다.

경찰은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 수 5명 중 4명은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이며, 나머지 1명은 경찰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자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망루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며 분명한 사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폭발할 당시 망루 내부에 휘발성 물질이 있었다는 제보도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인터넷한겨레 허현제 기자는 “오전 7시 10분, 철거민들이 옥상 밖으로 던진 화염병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반대편으로 날아오면서 옥상에 설치돼 있던 망루에 불이 붙은 것이 시너통으로 옮겨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에게서 대참사 발생에 앞서 용역들이 건물 4층까지 용역들이 진입해 화염병을 던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경찰병력이 진입과정에서 옥상을 뜯어내기 위해 전기용접을 하다가 시너통을 모아둔 곳으로 옮겨 붙었고 망루 전체로 급속히 확산됐다고도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용산경찰서는 긴급브리핑을 통해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경진압을 위해 경찰은 십 수개 중대 병력을 동원했으며 기동대까지 진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전날인 19일 오전부터 거의 24시간에 걸쳐 물대포와 소방호수 6~7기를 동원해 철거민들 농성현장을 공격했다.

20일 정오 현재 용산 사고 현장에는 경찰 수백 명이 사고난 건물을 완전히 봉쇄한 상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소방 화재조사팀 등이 출동해 사고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관계자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용산4구역은 지난 2006년 본격적으로 재개발이 논의됐고, 지난해 5월 서울시가 정식 재개발 사업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국내 재벌과 대규모 건설사들이 합작해 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 구역에는 건물 234채와 임대상가 434개, 주택 세입자 456세대가 있었으며 대부분의 점포와 거주자들이 보상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84개 점포 세입자와 주택 26세대 거주자들은 합의를 보지 못했고 지난해 7월16일부터 이주와 철거가 시작되자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인허가 관청인 용산구청 등을 상대로 시위를 벌여왔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민주노총은 ‘이명박정부의 법과 원칙이 생존권을 요구하는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제하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오로지 친재벌 독주를 하고 있는 민생파탄 이명박 정부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서민의 생존권을 유린하며 고통을 전담시키려는 이명박 정부는 천인공노할 폭력살인을 저지른 폭력정권 살인정권”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더불어 피해 철거민에 대한 배상과 그 책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이명박 정부는 민생파탄정책과 법과원칙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자서민의 생존권투쟁에 대한 폭력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고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반노동반민중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전 조직적인 총력투쟁으로 강력히 심판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용산철거민 살인진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오늘(20일) 오후 7시 용산역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되지 않는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며 싸우던 철거민들이 폭력 경찰의 강경진압에 무참히 희생됐다. 이 살인공노할 폭거를 지시한 권력과 정부는 이 사태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전가하며 은폐하기에 혈안이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