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동유세 첫날, 위원장-사무총장 후보연설 요약
2월1일 저녁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대회의실에는 90여명의 민주노총 활동가들이 모였다. 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 첫 합동유세가 열리는 날. 후보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첫 유세 원고를 가다듬는 동안 회의장의 빈자리는 채워졌다.
각자의 주장이 명확히 대비되는 위원장-사무총장 후보 3팀은 ‘갈아온 칼’, ‘준비한 방패’를 꺼내들고 설전을 벌였다. ‘수성’하는 입장인 기호2번 조준호-김태일 후보조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의 정당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공성전’을 벌이는 기호3번 김창근-이경수 후보조는 ‘상식에 맞는 민주노총’을 강조하며, “비리로 물러난 진영이 다시 후보를 낸 것”을 집중비판했다.
가장 공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기호1번 이정훈-이해관 후보조는 “상층 노동관료를 때려잡자”는 표현까지 써 가며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강조했다.
많지 않은 인원이 모인 유세였지만, 후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유세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후보들은 첫 유세인 만큼 연설시간을 맞추지 못하거나, 다소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후보당 5분씩 연설시간이 주어진 부위원장 후보들은 할 말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2일에는 부산에서 정책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또한 대구와 대전, 서울 순으로 합동유세는 이어진다. 각 후보 진영은 합동유세와 정책토론회를 거치면서, 선거전술을 다듬고 상대후보와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간선제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철저한 조직세 대결로 선거전이 치러지고 있지만, 각 후보진영이 해석한 민주노총 위기의 원인과 해법은 앞으로 민주노총 혁신의 중요한 의제들로 자리잡을 것이다.
<매일노동뉴스>는 1일 첫 합동유세에서 후보들이 토해낸 연설을 요약해 소개한다. 게재순서는 기호순.
기호1번 이정훈-이해관 후보
“노동운동의 무게중심을 아래로”
“상층 노동관료에게서 벗어나 아래로부터 혁신”
이정훈 위원장 후보 연설
연대와 변혁을 기치로 출마한 기호1번 이정훈이다. 며칠 전 하이니스 매그나칩 투쟁 현장에 인사하러 갔다.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라고 인사를 했더니 그 냉랭함이란 민망할 정도다. 노동자의 가슴에 맺힌 얘기조차 할 데가 없는 게 지금의 노동운동이라고 하더라. 이게 냉소만 남은 민주노총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판에 선거에서 사람이 바뀐다고 혁신이 되겠는가. 도대체 상식이 통하는 민주노총이 이 위기의 혁신 대안이란 말인가. 사람 바꿔서 된다면, 상식 통해서 노동운동이 살아날 수 있다면 나는 출사표를 던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느 순간, 민주노총은 일부 대기업 노동자의 실리를 대변하고, 노동관료들의 자리싸움과 파벌적 줄 세우기, 더 나아가 비리의 진원지로 변질되었다. 지금 민주노총은 한마디로 투쟁에 관한 한 자신감을 완전히 잃고 있다. 누구나 지적하듯 노동운동 위기의 핵심은 현장동력이 죽어가는 것이다. 넘치는 노동자, 민중의 눈물과 분노가 투쟁으로 터지지 않음으로 위기가 있다. 왜 이렇게 됐는가. 승리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대안이 복잡할 것이 없다.
엉뚱하게도 민주노총의 상층 노동관료들의 운동의 중심은 교섭형태 논쟁, 산별구획 정리 등 탁상공론과도 같은 상층 논쟁에 꽂혀 있다. 그래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민주노총이 보이지 않고 상층 노동관료들에게는 투쟁의 동력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몽골기병과 같이 작은 단위현장투쟁에도 모든 것을 걸 줄 아는 위원장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직접 현장투쟁에 결합하며 싸우다 1년에 2~3명씩 구속되는 일이 3년만 반복되어도 현장의 신뢰, 자신감은 살아날 것이다. 그럴 때 투쟁의 돌파구가 보이고 산별노조도 만들어지며 운동의 변혁성도 생긴다.
이해관 사무총장 후보 연설
위기는 구조적인 것이다. 여성연맹에선 청소하는 아줌마들을 조직하고 있다. 70만원 받고 일하는 그들을 4천명, 5천명씩 조직하고 있다. 그 사람들 조합비가 3천원인데, 1천원을 의무금으로 낼 수 없다. 그래서 4천명, 5천명의 조합원이 있지만 대의원은 1명이다. 이런 식인데, 민주노총이 대기업 이익집단으로 퇴행하지 않을 수 없다. 중소영세, 비정규직 사업장에 더 가중치를 줘야 한다. 큰 기업은 500명, 1천명에 1명씩 대의원을 줘야 한다.
기풍을 세워야 한다. 나는 KT 해고자다. KT는 자기 사업장 위원장 선거에서 97%의 투표율이 나오는데, 비정규직 파업찬반 투표에는 1%도 투표하지 않았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돈 냈으니, 의결권은 갖고 있다. 또한 그쪽에서 가진 표에 기대서 한자리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기풍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도 잡지 못하면서 어떻게 혁신을 할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이 비리 문제로 사과하고, 지도부가 총사퇴를 했다면, 국민들께 이렇게 바꿨다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 사람 그대로, 그 대의원 그대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코메디며 기만이다.
직선제 이야기를 꺼내면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웃기는 이야기다. 직선제 하자는 것이 단순히 위원장 뽑는 방식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각 진영이 부위원장 후보들을 줄줄이 줄 세워두고 선거를 하고 있다. 그 속 어디에 진정성이 있나. 지금 필요한 것은 민주노총을 혁신할 힘이다. 그 힘이 차고 넘친다면 그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금 노동자의 눈물이 부족한가. 노동자의 한숨이 부족한가. 내부의 힘을 가로막는, 이 지긋지긋한 상층 노동관료를 때려잡자. 이정훈-이해관 후보는 그래서 출마했다.
기호2번 조준호-김태일 후보
“4기 지도부 ‘세상을 바꾸는 투쟁’ 계승하겠다”
“500만 민주노총의 시대를 이뤄야 한다”
조준호 위원장 후보 연설
현장이 어렵다고 한다. 현장을 다니면서 정말 어렵다는 말 많이 들엇다. 위가 썩었다. 왜 서로 싸우냐는 말도, 단결해야 한다는 말도, 민주노총을 살려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현장이 힘차게 투쟁하는데, 서로 헐뜯지 말라고 하더라.
1,500만 노동자의 자랑, 민주노총의 위기다. 우리가 자랑하던 민주집중제는 이제 깨졌다. 회의조차 할 수 없다. 우리의 자랑이었던 도덕성은 연이은 비리로 무너졌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내부는 위기다. 하지만 조직하고, 투쟁하기 위해 눈빛 초롱초롱하게 활동하는 동지들이 있기에 나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투쟁해 왔다. 임단협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투쟁했다. 그것은 포기할 수 없는 민주노총의 전통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투쟁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사기 치는 구호가 아니다. 수세적인 임단협 중심 투쟁에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하자는 것이다.
올해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에서 노무현은 나라를 살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빨아 먹겠다는 것이다. 쌀개방에 이어서, 쇠고기도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남은 농산물을 팔아서, 우리의 통일조국의 식량주권을 빼앗겠다는 것이다.
이거 포기하고 로드맵만 비정규직법 투쟁만 할 수 있나. FTA 투쟁 묶어서 해야 한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투쟁 묶어서 해야 한다.
당선이 된다면 바로 투쟁지도부로 전환하겠다. 10개월의 임기지만, 10달도 좋고, 1년도 좋고, 1달도 좋다. 기간이 얼마든 투쟁복을 벗을 생각이 없다.
나에게는 바람이 있다. 동지들과 함께 투쟁해서 승리하고 싶다. 동지들을 사랑하는 많은 지도자들과 함께 어깨를 걸고, 함께 나가는 민주노총을 만들고 싶다.
김태일 사무총장 후보 연설
현 단계와 조건에선 커다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제출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다. 법제도 개선투쟁으로, 경제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 가야 한다. 대안을 가진 공세적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 투쟁의 의제와 방식을 바꿔야 한다. 너무 오래 동안 기업단위 투쟁에 매몰돼 있었다.
투쟁의 형태도 바꿔야 한다. 비정규직과 함께하지 못하는 대공장 노조가 있다. 조직력이 떨어지는 노조도 있다.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노조도 있다. 이를 모두 어용이라고, 회색분자라고 하면 뭐가 남는가. 이들을 교양하고, 설복하고, 이해해서 큰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투쟁을 중심에 둬야 하지만, 교섭을 피할 이유가 없다. 이게 지난 4기 집행부의 문제의식이었다. 이를 확대강화 시키겠다. 조직민주주의를 세우고, 비리를 척결하겠다. 확실히 책임지고 집행하겠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이제 민주노총은 80만 조합원을 가진 제1노총으로 성장했다. 이제 100만 조합원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비정규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를 포괄해 300만, 500만 민주노총 시대를 이루겠다. 이를 위해선 산별 건설이 절실하다. 산별을 통해 노동운동의 질적 전환이 가능하다.
노동자들은 조국의 통일에 앞장서야 한다. 1987년 6월 항쟁은 학생들이 앞장서서 했다. 이제 그 사람들의 세상이 돼 있다. 통일조국의 세상은 노동자들이 주도해야 한다. 6·15 공대위를 통해 단결해, 통일 조국을 안자. 민주노총이 앞장서자. 찬란한 통일조국과 노동해방을 이뤄내자.
기호3번 김창근-이경수 후보
“상식이 통하는 민주노총을 만들자”
“비리 세력을 다시 선출해선 안 된다”
김창근 위원장 후보 연설
민주노총은, 민망한 이야기지만 비리노총으로 불린다. 설날에 가족들을 만나니까 ‘넌 돈 받은 거 없냐’고 묻더라. 비정규직 법안 개악을 막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로드맵 투쟁도 해야 한다. 이대로 주저앉아 포기할 것인가.
힘들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포기할 수 없다. 다시 민주노총이 1,500만 노동자의 희망으로 우뚝 서야 한다. 2006년은 민주노총에게 중요한 시기다. 내년부터는 복수노조 시대가 열린다. 로드맵도 밀려오고 있다. 2007년 노동체제가 시작될 것이다. 엄정한 시기다. 노조는 약화되고, 비정규직이 강요되는 체제로 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언제부터인가 총파업을 선언하고도, 10만명을 못 넘기고 있다. 민주노총의 투쟁결정을 연맹이 자르고, 연맹의 결정을 단위노조가 잘라먹는다. 왜 그렇겠는가. 민주노총이 제대로 투쟁할 것인지 조합원 대중의 확신이 없어서 그렇다. 김창근-이경수 후보는 각자의 단위에서 투쟁의 몸을 사리지 않았다. 한다면 한다는 투쟁정신이 있다. 어려운 투쟁 힘있게 조직할 수 있다.
지도부 선출에는 이제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운영에 참여하고, 주인으로 나설 때 민주노총은 혁신할 수 있다. 선거관리를 하지 못하는 집행부의 책임을 조합원에게 돌리면 안 된다. 반드시 직선제 도입해야 한다. 기호3번 김창근-이경수와 함께 민주노총을 다시 똑바로 세우자.
이경수 사무총장 후보 연설
책임지는 투쟁, 중앙부터 혁신, 상식이 통하는 민주노총을 내걸고, 기호3번 김창근 위원장 후보와 함께 나선 사무총장 후보 이경수다.
민주노총은 현장의 투쟁을 책임지지 않았다. 현대 하이스코 투쟁을 보면 민주노총의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당시 투쟁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계급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한 전형이었다. 그리고 자기 목숨을 건 투쟁을 했다. 총연맹은 연대 총파업을 조직하고, 하다못해 전국노동자대회라도 조직해서 계급투쟁 전선을 확대했어야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그 투쟁을 방기했고, 머뭇거렸다. 결국 2% 부족하게 합의됐고, 자본은 이제 뒤에서 투쟁했던 동지들을 탄압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노총을 혁신하기 위해선 중앙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일원이었다. 2년 전에 택시노동자가 부과세 감면분의 문제로 투쟁하던 중 분신했다. 정오교통의 조경식 동지다. 정오교통 동지들은 몇달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서 중집에 올라온 안건이 ‘장기투쟁사업장 지원방안의 건’이었다. 분신한 조경식 동지의 치료비가 3억 정도 되는데, 1억은 이미 구했으니 민주노총이 한 2천만원 걷어서 지원해주자는 것이 당시 안건이었다. 당시에 나는 이게 민주노총이 다룰 안건이냐고 난리를 떨었다. 안건을 보류하고 다시 올리라고 했지만 다시 안건은 올라오지 않았다.
우리가 ‘상식이 통하는 민주노총’이라고 슬로건을 제시했더니, 누군가는 심하다라고 하더라. 기호2번 진영은 4기 집행부, 이수호 집행부를 계승한다고 하더라. 내가 사는 곳이 충남인데, 자민련 출신 정치인이 기업체에서 돈을 받았다가 구속이 됐다. 그 사람이 다음 선거에 또 나왔는데, ‘충청도에서 우리 자민련 지지해 달라’고 선거운동을 하고 다녔지만 떨어졌다. 비리 사태로 물러난 4기 집행부를 다시 계승하겠다고 하는 것은 조합원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행동이다. 그들이 당선된다면 민주노총의 도덕적 잣대가 충청도 시민들만도 못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정용상 기자 ysjung@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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